‘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벌거벗은 임금님’ 등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덴마크의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코펜하겐을 자신의 상상력과 문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삼았습니다. 이 도시는 단순한 수도를 넘어, 그의 동화들이 현실로 녹아든 공간으로 변모했으며, 곳곳에 남겨진 흔적은 지금도 많은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안데르센의 일상이 머문 항구 - 코펜하겐 니하운
코펜하겐을 여행하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곳이 바로 니하운(Nyhavn)입니다. 니하운은 단순한 항구가 아니라 안데르센의 삶과 문학 세계가 직접적으로 연결된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이 항구는 17세기 인공적으로 조성된 운하로, 역사적으로는 무역선과 어선이 오가던 번화한 중심지였습니다. 현재는 알록달록한 목조 건물과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2~3층 높이의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있어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특히 안데르센이 실제로 거주했던 20번지, 67번지, 18번지는 그의 주요 작품들이 집필된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외벽에는 이를 기념하는 동판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그는 18년 동안 니하운 일대에서 살며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눈의 여왕’ 등 수많은 동화를 집필했습니다. 작가가 창문 너머로 바라본 운하와 항구의 풍경은 지금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치 안데르센의 시선으로 코펜하겐을 바라보는 듯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니하운은 단순히 관광객이 많은 명소가 아닌, 감성과 문학이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특히 유람선을 타고 운하를 따라 도심을 감상할 수 있는 투어는 안데르센의 상상력이 어떻게 공간과 연결되었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됩니다. 이 운하 투어는 코펜하겐 시청 앞이나 스트뢰에 거리(쇼핑 거리) 근처에서도 쉽게 예약할 수 있으며, 다양한 언어의 오디오 가이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니하운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합니다. 운하 양 옆으로 불빛이 켜지고, 노천 카페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며 조용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안데르센이 밤마다 산책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지는 이 거리에서, 여러분도 자신만의 상상력을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인어공주 동상
인어공주 동상(The Little Mermaid Statue)은 안데르센의 대표작 ‘인어공주’를 실물로 형상화한 조각물로, 코펜하겐을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입니다. 이 동상은 1913년 코펜하겐 랑겔리니에 해안가에 설치되었으며, 청동으로 제작되어 조용히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크기는 1.25미터로 비교적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 동상은 덴마크 맥주 기업 카를스버그의 후계자인 칼 야콥센이 코펜하겐 왕립극장에서 인어공주 발레를 보고 감명받아, 조각가 에드바르드 에릭센에게 의뢰하여 제작하게 된 것입니다. 조각의 모델은 그의 아내 엘리네였으며, 섬세한 감정 표현과 자연스러운 곡선이 특징입니다. 동상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촬영되는 동상 중 하나이며, 코펜하겐을 방문한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르는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이 동상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문학적 상상력이 어떻게 도시의 문화와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어공주는 목소리를 버리고 사랑을 택했지만 결국에는 인간 세계에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이 비극적이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동상 앞에 섰을 때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그 조용하고 고요한 표정은 사랑, 희생, 고독 등 다양한 감정을 함축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그 앞에서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특히 해가 지는 시간대에 방문하시면 인어공주 동상이 석양과 어우러지며 한층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근처의 바위 위에 앉은 동상을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맞는 그 순간, 동화 속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속으로
코펜하겐은 그 자체가 안데르센의 동화 속 세계와 연결된 도시입니다. 그는 일생 동안 코펜하겐의 다양한 장소를 배경 삼아 동화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지금도 그 흔적을 도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할 장소는 코펜하겐 시청사와 시청 광장(Rådhuspladsen)입니다. 이곳에는 안데르센의 대형 동상이 설치되어 있으며,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동상은 책을 펼치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어, 문학적 전통과 교육적 가치까지 동시에 전달하는 상징적 장소입니다.
로젠보르 궁전과 코펜하겐 왕립정원(Kongens Have) 또한 안데르센이 자주 산책하며 영감을 얻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궁전은 17세기에 지어진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로, 현재는 왕실 보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내부를 견학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궁전 주변의 정원은 봄이면 튤립과 백합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낙엽이 황금빛 융단처럼 깔려 있어 동화 속 정원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많은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엄지공주’가 꽃 속에서 깨어나는 장면을 상상하며 걷습니다.
또한 스트뢰에 거리(Strøget)는 코펜하겐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 거리이지만, 사실 이곳도 안데르센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장소입니다. 거리 곳곳에는 퍼포먼스를 하는 거리 예술가들이 많아, ‘벌거벗은 임금님’의 행진처럼 예술과 현실이 뒤섞인 장면들이 자주 연출됩니다.
마지막으로 추천드리는 장소는 코펜하겐 국립박물관(Nationalmuseet)입니다. 이곳에는 19세기 덴마크의 생활 양식과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전시가 마련되어 있으며, 안데르센이 활동했던 시대의 의상, 가구, 책, 그림 등을 통해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 내부에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 코너도 운영되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좋은 여행지가 됩니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인간의 삶과 감정, 상상력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겨 있으며, 코펜하겐은 그러한 이야기를 공간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도시입니다. 동화 속 장면들이 현실 속으로 펼쳐지는 코펜하겐에서, 여러분만의 감성과 상상력을 더한 문학 여행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