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스페인 라 토마티나 축제, 발렌시아의 해변, 성당, 전통 시장

by magic lamp 2025. 5. 10.

발렌시아

 

스페인의 대표 여름 축제인 ‘라 토마티나(La Tomatina)’는 매년 8월 마지막 수요일, 발렌시아 인근 부뇰(Buñol) 마을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토마토 던지기 축제입니다.

스페인 라 토마티나의 역사와 유래

라 토마티나 축제의 기원은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부뇰 마을에서는 지역 축제인 ‘거인과 큰머리(Gigantes y Cabezudos)’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었고, 청년들이 갑자기 퍼레이드에 난입하면서 한 참가자의 큰 머리 탈을 벗기는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근에 있던 과일 가게의 토마토를 집어 던지며 장난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토마토를 던지며 유쾌한 소동을 벌였습니다. 이 일은 경찰의 개입으로 끝이 났지만, 다음 해에도 청년들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다시 토마토 던지기를 시작했고, 점차 마을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하지만 이 축제는 초기에는 정부의 승인 없이 진행된 비공식 행사였기 때문에 몇 차례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1957년에는 공식적으로 금지되었고,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상징적으로 ‘토마토 장례식’을 열어 축제의 부활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시민들의 요구와 언론의 관심 속에서 1959년 마침내 부뇰 시 당국이 토마티나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면서 매년 반복되는 지역 전통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들어 스페인 전역에 TV 방송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인 축제로 성장했고, 2000년대에는 외국 언론과 SNS를 통해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특히 내셔널 지오그래픽, CNN, BBC 등 글로벌 미디어에 소개되며 ‘세계에서 가장 미친 축제’, ‘지구상에서 가장 붉은 거리’라는 별칭과 함께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매년 약 2만 명 이상의 인파가 작은 마을 부뇰을 가득 메우며, 축제를 위해 약 15만 개의 토마토, 150톤 이상이 준비됩니다. 지역 주민은 물론, 미국, 한국, 일본, 브라질, 호주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국가, 인종, 언어의 장벽 없이 즐기는 순수한 에너지의 장이 됩니다. 단순한 음식 축제를 넘어, 라 토마티나는 현대 축제가 지닌 대중성과 지역 공동체, 관광 산업의 결합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발렌시아의 해변

라 토마티나가 열리는 부뇰은 내륙 도시지만, 차량이나 기차로 약 40분만 이동하면 스페인 제3의 도시 **발렌시아(Valencia)**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발렌시아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도시로, 다양한 해변이 도시와 인접해 있어 축제 후 바다에서 몸을 씻고 여유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가장 유명한 해변은 **말바로사 해변(Playa de la Malvarrosa)**입니다. 이곳은 넓고 깨끗한 백사장, 푸른 바다, 잘 정비된 산책로, 그리고 수많은 레스토랑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여름철에는 해수욕뿐 아니라 제트스키, 카약, 비치발리볼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으며, 해변가 바에서 샹그리아 한 잔을 곁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라스 아레나스 해변(Playa de Las Arenas)**은 말바로사 해변과 이어져 있으며, 좀 더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를 지닌 곳입니다. 고급 리조트와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이 모여 있어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스페인식 해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파에야(Paella)**의 본고장답게, 해변가 식당에서 현지 스타일의 파에야를 맛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외에도 발렌시아에는 잘 정비된 **마리나 포트(Marina Real Juan Carlos I)**가 있어 요트 투어나 선셋 크루즈 등도 예약할 수 있습니다. 라 토마티나로 피로해진 몸을 지중해의 햇살과 바다로 씻어내며 휴식과 관광을 동시에 즐기는 코스로 이상적입니다.

발렌시아의 성당

발렌시아는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긴 역사와 깊이 있는 종교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로, 스페인의 대표적인 성당과 종교 유적이 다수 존재합니다. 라 토마티나 축제 이후 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의 휴식을 찾고 싶다면, 발렌시아의 고딕, 로마네스크, 바로크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성당들을 방문해 보세요.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발렌시아 대성당(Catedral de Valencia)**입니다. 이 성당은 13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내부에는 그리스도 최후의 만찬에 사용되었다고 전해지는 성배(Holy Grail)가 보관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신앙적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대성당 내부는 정교한 조각과 프레스코화, 황금 제단으로 꾸며져 있으며, ‘엘 미겔레테(El Miguelete)’라 불리는 종탑에 올라가면 발렌시아 시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산 니콜라스 성당(Iglesia de San Nicolás)**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입니다. ‘스페인의 시스티나 성당’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천장 벽화가 인상적인 이곳은 13세기에 세워진 후 여러 번의 개보수를 거쳐 지금의 형태를 갖췄습니다. 화려한 바로크 예술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이 공간은 단순한 종교 장소를 넘어 하나의 예술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 요셉의 교회(Iglesia de San Juan del Hospital)**는 관광객들에게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발렌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교회 중 하나로 13세기 초 십자군 기사단이 세운 성당입니다. 조용하고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중세의 흔적을 느낄 수 있으며, 도심 속 숨은 보석 같은 장소입니다.

이처럼 발렌시아는 화려한 축제의 여운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성당 명소들이 풍부해, 라 토마티나 이후 일정으로 매우 적합한 문화 코스라 할 수 있습니다.

발렌시아의 전통 시장

현지인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단연 시장입니다. 축제 이후 지친 몸을 달래며, 진짜 스페인을 만나고 싶다면 발렌시아의 전통 시장을 둘러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이곳은 관광지와는 또 다른 활기, 진심, 그리고 현지의 생활 리듬이 흐르는 장소입니다.

대표적인 시장은 **발렌시아 중앙시장(Mercado Central de Valencia)**입니다.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규모가 큰 아르누보 양식 시장 중 하나로, 1914년에 개장했습니다. 웅장한 돔 천장과 철제 프레임, 컬러풀한 유리 장식은 단순한 시장 이상의 예술적 공간을 보여줍니다. 내부에는 1000개가 넘는 상점이 있으며, 신선한 해산물, 과일, 채소, 햄, 올리브오일, 스페인식 치즈 등 다양한 지역 특산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추천 시장은 **콜론 시장(Mercado de Colón)**입니다. 이곳은 유기농 식자재와 고급스러운 디저트, 수제 맥주 등을 판매하는 트렌디한 마켓으로,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 젊은 층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입점해 있어 시장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브런치를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두 시장 모두 라 토마티나 일정 후 발렌시아에 머무르는 여행자들에게 아침 또는 점심 코스로 이상적입니다. 시장 주변에는 다양한 부티크 숍과 기념품 가게도 있어, 축제의 열기를 뒤로하고 여유롭게 쇼핑하며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라 토마티나는 단 하루의 축제지만, 그 전후로 스페인의 진짜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합니다. 해변에서의 여유, 성당에서의 감동, 시장에서의 소소한 만남은 부뇰에서의 하루를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문화와 삶을 함께 경험하는 여행을 꿈꾼다면, 라 토마티나 + 발렌시아는 최적의 조합이 될 것입니다.